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전도서 9장 13-18절)
전도서 9:13-18절(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쉽게 잊어버리는 습관이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다 있다는 말입니다. 망각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당시 우리에게 주신 것인지 아니면 타락이후 우리 인간에게 나타난 현상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잊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과거의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이 그 과거 상처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면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인간의 망각현상은 나쁜 것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에게 나타나는 망각현상이 가지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잊어야 할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것입니다.
어쩜 이 현상은 죄된 인간이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망각이라는 것을 이용하려는 것인지 모릅니다. 얼마전 어느 성도님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나이가 들었다 보니 요즘은 귀가 잘 안 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떤 것은 지나가는 소리로 말하는 데도 잘 기억하는 반면에 어떤 것은 그렇게 여러 번 이야기를 해도 도통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남편이 하는 말이 ‘요즘 내 귀가 잘 안 들려’라는 말이랍니다.
사람의 기억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기억하기 싫은 것은 기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민 사회에서 이런 일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정착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도 나중에는 그 도움을 준 사람과 등을 돌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교회 안에서도 자신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성도들에게 도움을 받고도 그 어려운 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모른 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내 주니 자기 가방 내 놓으라고 말한다”라고 말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13-15절의 말씀입니다.
“내가 또 해 아래에서 지혜를 보고 내가 크게 여긴 것이 이러하니 곧 작고 인구가 많지 아니한 어떤 성읍에 큰 왕이 와서 그것을 에워싸고 큰 흉벽을 쌓고 치고자 할 때에 그 성읍 가운데에 가난한 지혜자가 있어서 그의 지혜로 그 성읍을 건진 그것이라 그러나 그 가난한 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도다.”
어떤 지역에 아주 작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인근 지역의 왕이 그 마을을 보고 그 마을을 빼앗고자 그 마을 주위에 큰 벽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내로 그 마을을 점령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마을에 지혜로운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가난했기에 지혜로왔는지 모릅니다.
근데, 이 가난한 자가 자신의 지혜를 써서 그 위기의 마을을 인근 큰 왕으로부터 구해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축제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 마을은 예전과 같이 평화롭게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람들의 기억속에 이 가난한 영웅이 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나중에는 한 사람도 이 사람의 공로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도움을 받고도 쉽게 잊어 버리기 시작합니다. 근데, 참 희안한 것은 자신들보다 힘 있는 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끝까지 잊지 않고 추앙을 해 댑니다. 그러나 자신들보다 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잊어 버립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의 솔로몬은 16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르기를 지혜가 힘보다 나으나 가난한 자의 지혜가 멸시를 받고 그의 말들을 사람들이 듣지 아니한다 하였노라”
이것을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혜가 힘보다 낫지만 지혜로운 사람이 가난하면 무시를 당하고 그가 하는 말을 인정해 주는 자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이야기>
1592년 음력 4월 13일 15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한달여 만에 수도 한양이 점령되고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었다. 조선의 육군은 싸움을 할 때마다 대패했고, 어느 누구하나 나라의 장래를 장담못할 순간이었다. 이때 조선의 장수 이순신이 처음으로 5월 7일 옥포해전에서 승전를 하면서 그가 죽기 전까지 23전 23승이라는 세계기록에도 없고 전무후무한 전설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런 이순신 장군에게도 시련의 시간들이 있었다. 바로 원균과의 의견차와 조선 조정의 정치적 싸움에서 희생양이 되어 백의종군하게 된 것이다. 계속적인 수군의 승전으로 이 기세를 몰아 왜군을 격멸해야 한다는 조선 조정의 의견은 아직 완벽한 준비를 끝내지 못한 이순신 장군과의 마찰을 빚게 했고, 당시 이순신을 시기하던 원균에 의해 이순신 장군은 결국 파직당하여 죽음의 위기까지 갔으나, 우의정 정탁의 상소로 가까스로 죽음은 모면하였다.
1597년 7월 16일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칠천량해전에서 그 동안 이순신 장군이 쌓아 놓고 준비해 놓았던 288여척의 함선과 거북선을 다 잃어 버렸고 오직 판옥선 12척만 남겨 놓았다. 이 열악한 상황에 그는 다시 조선 수군을 지휘하게 되었는데 이 때 그 유명한 말인 “저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16일 12척의 조선 수군이 왜선 333척을 상대로 전투하여 123척의 왜적선을 파괴하고 대승한 것이 그 유명한 명량대첩이다. 이 후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이 조선의 승리고 끝날 것을 예언하며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혹자는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이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는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임진왜란이 조선의 승리로 기울어지면서 다시 조정에는 정치적 파당과 암투가 시작되었는데, 그 첫번째 희생목표가 이순신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실을 했다는 소문과 은둔했다는 풍설이 있긴 합니다만 어느 것 하나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을 때, 한 작은 거인이 나라를 구했지만, 결국은 정치적 희생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예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그 사람의 공로를 잊어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도 자신들의 마을을 구한 한 가난한 지혜자를 어떤 이유를 들어서, 그 가난하고 겸손한 사람이 지혜롭게 이루어낸 선한 일을 무시하거나 금방 잊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남 도와줘 봤자 소용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본문 17절은 그거 아니라고 말합니다. 17을 보겠습니다.
“조용히 들리는 지혜자들의 말들이 우매한 자들을 다스리는 자의 호령보다 나으니라.”
이 구절을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이렇게 번역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조용한 말이 어리석은 임금의 호령하는 소리보다 낫다.”
무슨 소립입니까? 남들이 다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 없다는 말입니다. 나는 여전히 선을베풀면 된다는 말입니다. 좋은 조금하고 이름 몇자 남겨봤자 뭐하냐는 것입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냥 감사하면서 남을 섬기면 된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자의 지혜가 멸시를 받는다 해도 지혜가 힘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비록 남들이 알아 주지 않지만, 선을 행하고 남을 도와 주는 것이 어떤 것보다도 힘이 있다는 말입니다.
찬송가 323장 3절은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줍니다.
“존귀 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소서 멸시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가오리다 이름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 이름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본문 18절에서 우리에게 말합니다. 많은 선을 행하고도 기억에서 사라지는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여러 사람의 칭송을 받지만 “선을 마구 파괴하며” 잘난 척 하며 거드름 피우는 얼간이보다 낫다고 말입니다. 18절을 보겠습니다.
“지혜가 무기보다 나으니라 그러나 죄인 한 사람이 많은 선을 무너지게 하느니라”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일에 대하여 어떤 인정이나 보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로움의 씨앗을 뿌려 놓은 것, 우리가 선행을 베푼 것 만으로 우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지혜를 가진 자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